2025. 10. 19. 10:03ㆍ사회이슈
“퇴사하고 싶지만 못 나간다” — 글로벌 MZ세대가 직장을 떠나지 못하는 진짜 이유

MZ세대는 자유롭고 도전적인 세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들이 ‘잡 허깅(Job Hugging)’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을 ‘붙잡고’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불안한 경제 상황과 변화하는 노동시장을 통해 그 배경을 살펴봅니다.
‘사표를 품은 채 출근하는 시대’
“가슴에 사표를 품고 산다.” 누구나 한 번쯤 이 말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사와의 갈등이 쌓여도, 그만둘 수 없는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 최근 이런 현상이 특정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이름하여 ‘잡 허깅(Job Hugging)’.
이 신조어는 ‘일(Job)’과 ‘포옹하다(Hugging)’를 결합한 말로, 자신이 원하는 직장이 아니더라도 여러 외부 요인 때문에 현재 직장을 꽉 붙잡고 떠나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과거에는 ‘잡 호핑(Job Hopping)’, 즉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이직을 반복하는 것이 MZ세대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1️⃣ 잡 허깅, 왜 생겼을까?
🔹 불안정한 경제와 얼어붙은 고용시장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19년 자발적 퇴사율은 2.3%였으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대로 급감했다. 2021~2022년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2024년 다시 2% 수준으로 떨어지며 ‘이직 감소’ 현상이 확실히 드러났다. 호주 또한 마찬가지다. 호주통계청(ABS)에 따르면 2023년 2월 9%였던 직업 이동률이 2년 연속 하락해 현재는 7.7%에 그치고 있다.
이는 명백히 노동시장의 위축과 연관이 있다.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는 8월 기준 2만 2,000개 증가에 그쳤으며, 이는 전월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실업률은 4.3%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AI와 자동화로 대체가 가속화되면서, 젊은 세대는 ‘떠날 자유’를 잃어버리고 있는 셈이다.
2️⃣ “더 나은 직장은 없다” — 구직 자신감의 붕괴
직장인들이 직장을 떠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금보다 나은 곳이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AI와 로봇의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은 단순한 예측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술 확산으로 20대 신입 채용 비율이 최대 50%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즉, 단순히 ‘회사를 싫어도 참는’ 것이 아니라, ‘다음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머무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 젊은 세대의 잡 허깅은 생존 본능에 가까운 선택으로 보인다.
3️⃣ 세계 정치와 정책의 그림자
경제 불확실성의 또 다른 축은 정치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과 이민 규제가 고용시장 위축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강화된 관세 정책과 이민 제한 조치는 글로벌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높였고, 이는 곧 고용 축소와 신규 투자 감소로 이어졌다. 기업이 사업 확장을 주저하면 자연히 채용 기회도 줄어든다. 이런 정책적 요인 역시 잡 허깅 현상을 부추기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4️⃣ 잡 허깅의 부작용 — 사회와 개인 모두 병든다
잡 허깅은 단순히 “이직을 안 하는 현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회 전반에 걸쳐 구조적 문제를 초래한다.
⚙️ 사회적 부작용
- 임금 성장 둔화: 노동 이동성이 줄면 기업이 주도권을 가지게 되고, 협상력은 근로자에게서 기업으로 넘어간다. 그 결과 임금 인상 압력이 줄어든다.
- 혁신 정체: 새로운 인력이 유입되지 않으면 기업 내 혁신과 다양성이 사라진다.
- 노동환경 개선 지연: 문제 있는 직장이 그대로 유지되며, 근본적인 구조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 개인적 부작용
- 정체감 상실: 도전과 변화를 경험하지 못하며 경력이 단조로워진다.
- 심리적 소진: 만족스럽지 않은 환경에서 장기간 일하는 것은 ‘조용한 번아웃(quiet burnout)’을 초래한다.
- 성장 기회의 상실: 다양한 환경에서 경험을 쌓지 못해 장기적 커리어 성장이 막힌다.
5️⃣ 해결책 —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찾는 것”
버지니아 대학교의 버지니아 민니(Virginia Minni) 박사 연구팀은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성찰 프로그램(reflective program)’을 제안했다. 이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자신의 일과 삶을 돌아보며 ‘일의 의미’를 재정립하도록 돕는다. 이는 단순히 퇴사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자리에서 새로운 동기와 가치를 발견하게 하는 과정이다.
또한, 개인 차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지속적인 자기계발: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 트렌드를 학습해 스스로의 ‘시장가치’를 높이기.
- 경력 설계 능력 강화: 단순히 직장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커리어 방향을 설정하기.
- 정서적 회복: 번아웃 신호를 감지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루틴을 만들기.
잡 허깅, 생존의 다른 이름
잡 허깅은 단순히 ‘나약한 참기’가 아니다.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버팀목이다. 하지만 이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개인의 성장은 멈추고 사회의 활력은 잃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무작정 버티기’가 아니라, 자신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능동적 태도다.
오늘도 마음속으로 사표를 꺼내 들었다가 다시 접어 넣은 당신, 그 행동 속에는 세상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려는 의지가 숨어 있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이렇게 말해보자. “그래도 잘 버텼어.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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